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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살다/나의 생각들

아버지를 증오하는 한국의 아들들

by 태국에 살다 2018. 9. 5.


아버지를 증오하는 한국의 아들들..


최근에 이준익 감독의 <변산>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코미디적인 요소와 잔잔한 감동이 있는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가족영화라고 할 수 있는 데 오늘 나는 이 영화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주인공은 성장기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조폭인 아버지는 암에 걸린 엄마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주인공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에게 쏟아내는 분노는 엄마의 죽음과 자신의 풀리지 않는 인생에 대한 분풀이로 남아있는 듯하다.


이와 유사한 소재는 2008년도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어릴적 사고로 죽게 된 엄마에 대한 복수심을 깡패행위로 표출함과 동시에 출소한 아버지가 거주하는 단칸방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폭행한다. 이쯤 되면 무엇이 한국에 이런소재의 영화를 자꾸 만들게 만드는 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의 많은 자녀들이 아버지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전부다 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나를 비롯한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아버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의 유교사상을 강요하는 사회로 유교사상에는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밥을 어른보다 먼저 먹지 말아야하고 가장은 바깥일을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가르치지만 전작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크게 잘 묘사되어 있지 않는다. 누구나 성장기를 거처 언젠가 부모가 될 수 도 있는데 마치 부모가 되면 자식들에게 공경받고 가정에는 충실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다. 

물론 내게 유교사상을 탐구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그걸하는 시간이 아깝다.)  단지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유교의 느낌이 이런식이라는 거다. 솔직히 나에게도 하루중 많은 순간 '마라' (불교에서 말하는 악마) 가 찾아온다. 나의 경우에는 형제편애가 심했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적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서른중반의 나이에도 가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끊임없이 나를 찾아온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다짐도 해보고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해보는 노력을 불사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거나 일을 하는 도중에도 나도 모르게 과거의 상처들이 내 머리속 한켠을 휘저어 놓 는다.

<변산>과 <똥파리>에는 유사한 장면이 있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아직 복수가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왜 벌써 떠나려하냐는 장면이 둘 영화 모두 존재한다. 참.... 이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정말 공감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자식은 상처와 증오를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왔다. 그들에게는 잊고 싶은 상처에 대한 분노 여전히 남아있지만 전작 복수상대에 대한 애증 또한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독들은 묘사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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